2015년 11월 12일 목요일

2015년 1학기 정보문화학 과제전 컨셉 기획서 - 대안학교

2015년 1학기 정보문화학 과제전 컨셉 기획서 겸 메인 홍보글 대안학교인가

포스터 디자인: 김희애

학교종이 땡땡땡, 대신 아이폰의 미리 알림이 울립니다. 쨍쩅한 봄볕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보문화학과 이하 정문과’ – 학우들의 표정은 마냥 좋아보이진 않는군요. 왜냐, 아무리 생각해도 내일의 발표를 위해선 오늘의 할증을 바쳐야 할 태세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반나절 후에는 다시 랩실입니다. 곧 맞이할 자정을 기리기 위해 양손엔 컵라면과 캔커피, 에너지 드링크가 한가득입니다. 그런데 왜인진 모르겠지만 자신감이 샘솟는군요. 세로토닌 이상 분비일까요? 또 다시 마주한 파이널컷의 빈 캔버스에, 키노트의 새하얀 템플릿에, 터미널의 깜깜한 화면에, 포토샵의 빈 레이어 위에 오늘은 왠지 기똥찬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거든요. 무언가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기 위해 정문과 학우들은 오늘도 기꺼이 잠 은행에서 대출을 받습니다.

이렇듯 정문과는 참 희한한 과입니다.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랩실에는 묵독을 위해 필요한 숨막히는 정적도, 지난 시대의 두꺼운 서적들도 없습니다. ‘경건한 태도로 자기 바깥의 지식을 흡수하는 행위로 공부를 규정하시는 분들은 이런 광경이 조금 어색해 보일 순 있겠습니다. 한국의 정규 교육 과정을 거쳐온 이상 학습이라는 단어에서 책상 위에 정갈히 펼쳐진 책과 필기도구, 그리고 곧은 자세의 인터페이스를 떠올리는 게 정상이니까요. 정상이 뭔데? 뭐냐구! 이런 느슨하고 산만한 환경에서 무슨 공부가 되겠냐구요? , 분명 바른 자세로 무언가를 읽고 쓰고 외우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애초부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발자국 더 위에 올라서서 이성의 차가운 눈초리로 세상을 흝는 대신, 재미를 매개로 세상과 더 직접적인 관계를 맺자는 것, 이를 통해 우리 주변을 더 재미지거나 똑똑하게 만들자는 것이지요. 돌이켜보면 우리가 그토록 X고생을 해가며 만드는 문화 컨텐츠는 이러한 가볍거나 혹은 결연한 태도에서 출발했던 것입니다.       

공부의 신, 고승덕, 브레인을 배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학교에 정문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제 사뭇 의미심장해 보이지 않나요? 내가 있는 바로 이곳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최대한 재밌게 이를 해결해 보자는 정문과의 학습 태도는 여느 학과의 경건한 모토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태도 전환을 위해 게임을 만들고 지난 십여년 동안 삭혀 놨던 서울대생의 상상력을 블루스크린 위에 옮겨 놓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64동 대안학교에서 조금 다른 공부를, 그럼으로써 우리가 원래 그런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배워 나갑니다. 그리고 이번 정보문화학과 과제전 <대안학교>에서는 우리들의 지난 한 학기 동안의 경험과 학습 노하우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알리바이일 뿐, 더 중요한 건 전시의 형태로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는 발상과 협력의 과정 그 자체입니다. 거기까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학기 랩실에서 뵙는 걸로!      


*관련 기사: 
대학신문 - <재기발랄한 문화콘텐츠, 대안학교에서 빛을 보다>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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